
2008년 개봉한 영화 원티드(Wanted)는 현실에 찌든 평범한 청년이 비밀 암살 조직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스타일리시 액션 영화다. 팀우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 앤젤리나 졸리와 제임스 맥어보이의 인상적인 연기, 총알을 휘게 쏘는 독창적인 액션 연출 등으로 전 세계 액션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원작 그래픽 노블의 세계관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주체적 삶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낸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1. 비주얼의 미학: 스타일리시 액션의 진수
원티드는 전형적인 액션 영화와는 차별화된 비주얼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바로 “총알을 휘게 쏜다”는 설정이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 트릭을 넘어 영화의 액션 철학을 보여주는 핵심 요소다. 현실의 물리 법칙을 뛰어넘는 액션 장면들은 환상성과 쾌감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주인공의 감정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특히 초반의 추격 장면, 열차 위에서 벌어지는 전투, 슬로모션 총격신 등은 타이트한 편집과 세련된 색감, 과장된 카메라 워크를 통해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와 같은 연출은 관객에게 단순한 스릴을 넘어,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팀우르 감독은 광고 출신 감독답게 화면 구성에 대한 감각이 탁월하며, 고속 촬영, 리니어 카메라 이동, 360도 회전 샷 등을 적극 활용하여 만화적 상상력을 현실에 구현한다. 이는 원작 그래픽 노블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영화만의 비주얼 언어로 새롭게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처럼 원티드의 액션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주인공이 내면의 분노와 억압을 표출하고 변화해 나가는 상징적 장치로 기능한다. 관객은 그저 구경꾼이 아닌, 주인공의 감정선에 동참하게 되며 액션의 본질적인 의미를 새롭게 경험하게 된다.
2. 주제 해석: 자유 의지와 삶의 선택
비단 액션만이 원티드의 매력은 아니다. 영화는 ‘누구의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관객에게 삶의 방향성과 주체성을 묻는다. 주인공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는 회사에서 무시당하고, 여자친구에게 배신당하며,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암살자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이어받아 비밀 조직 ‘프래터너티’에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처음 웨슬리는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진 삶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선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는 “운명을 따르라(Follow the code)”라는 조직의 교리를 끊임없이 강조하지만, 결국 그 운명마저도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임이 밝혀진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진짜 ‘원티드(원하는 것)’는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웨슬리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찾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잘못된 신념을 파괴한다. 이는 곧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자각이자 선언이다. ‘네 인생을 네가 선택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대신 선택할 것’이라는 메시지는 현대인의 일상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이처럼 원티드는 총격과 폭발의 연속 속에서도 인간의 선택, 주체성, 자유 의지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놓치지 않으며,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 철학적인 깊이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3. 캐릭터 변화: 웨슬리의 성장 서사
주인공 웨슬리의 변화는 원티드의 중심 서사이자, 가장 큰 감정적 동력이다. 초반 그는 자존감이 낮고, 삶에 대한 의욕이 없는 전형적인 ‘루저’로 등장한다. 회사에서는 상사의 부당한 대우에 반항하지 못하고, 여자친구는 그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고 있으며, 자신조차도 자기 삶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암살 조직에 입단하고 훈련을 받으며 그는 점차 내면의 분노와 욕망을 자각하게 된다.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폭스’는 웨슬리에게 훈련을 강요하며, 동시에 그가 가진 잠재력을 끌어낸다.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 수련 과정은 단순히 육체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약한 자아를 파괴하고 새로운 자아를 재구성하는 상징적 과정이다.
이후 웨슬리는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려 애쓰지만, 조직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또 한 번의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는 복수를 위해 싸우기도 하지만, 그 싸움은 곧 자기 자신을 되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마지막 총알 하나로 수많은 적을 관통하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의 클라이맥스를 넘어서 웨슬리의 ‘각성’을 시각화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웨슬리는 자신을 둘러싼 억압과 거짓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주도하는 인물로 거듭난다. 이러한 캐릭터의 변화는 영화 전반에 감정적인 깊이를 부여하며, 관객이 웨슬리에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원티드는 독창적인 액션 연출과 빠른 전개, 그리고 주체적 삶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결합한 스타일리시 액션 영화다. 총알이 휘어지는 화려한 장면 속에는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은 내가 선택하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이 숨어 있다. 비주얼과 철학, 캐릭터 변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그 이상을 원한다면 반드시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