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전》(2009)은 주식 시장이라는 실제 존재하는 ‘합법적인 전쟁터’를 배경으로 삼아, 그 안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 이익, 거대한 세력, 그리고 조작의 현실을 냉철하게 조명한 범죄 드라마입니다. 박용하, 김민정, 김무열, 박희순 등 탄탄한 배우들이 출연해 속도감 있는 전개와 치밀한 심리전, 그리고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내는 서사로 흥미를 끌었습니다. 주식이나 경제 지식이 없어도 매 순간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인간의 탐욕’이라는 보편적 테마 덕분에 누구나 몰입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1. 작전은 이미 시작됐다 – 주식 시장의 민낯을 까발리다
영화는 한때 잘 나가던 야구선수였으나 사기꾼으로 전락한 강현수(박용하)가 우연한 기회에 주식 시장의 ‘작전 세력’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작전세력이란? 간단히 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호재 뉴스’를 흘리며 일반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뒤, 자신들만의 시점에서 주식을 고점에 팔고 엄청난 수익을 얻는 비공식 조직입니다.
현수는 뛰어난 말솜씨와 센스를 활용해 그들의 세계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고, 마침내 ‘비상장 주식’을 상장시켜 폭등시키는 대형 작전에 참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정의도, 도덕도 통하지 않는 세계. 주식이 아니라 ‘심리’를 사고파는 곳이죠.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주식 시장이라는 배경을 단순한 장소로만 사용하지 않고 그 안에 숨은 ‘군중심리’, ‘탐욕’, ‘불안’, ‘신뢰’ 같은 심리 요소들을 교묘하게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현수는 그 시스템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똑똑한 사기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가 조직원들과 벌이는 브리핑 장면, 작전 기획, 언론 플레이 등은 실제 증권사 내부를 엿보는 듯한 리얼함을 더해줍니다.
결국 첫 소제목의 핵심은, 이 영화는 단지 ‘돈을 버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돈을 둘러싼 인간의 심리 조작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2. 진짜 적은 누구인가 – 돈보다 무서운 사람들의 싸움
주식판에는 겉으로 보이는 숫자보다 훨씬 많은 이해관계와 사람들이 얽혀 있습니다. 현수와 그의 팀은 ‘시세조종 전문가’ 황종구(박희순)와 손을 잡고 대규모 작전을 펼치지만,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믿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가 묘미를 더하는 지점은 바로 그 불신 속 심리전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함께 돈을 벌자며 협력하지만, 서로는 항상 ‘누가 더 먼저 배신할까’를 염두에 두고 움직입니다. 실제로 작전이 어느 정도 성공 궤도에 오르자, 정보는 숨기고 자신만 이득을 보려는 이들의 행동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또한, 영화는 이들과 대립하는 검찰과 언론, 다른 작전세력까지 등장시키며 단순한 주식 조작 사건이 아닌 전략과 심리, 배신과 속임수의 게임으로 전개됩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주식 초보자들의 투자 실패, 언론의 조작된 기사, 정보 비대칭의 불공정성 등은 실제 사회를 은유적으로 비판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돈을 많이 가진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정보와 타이밍을 가진 자가 승자’ 임을 보여줍니다.
이 안에서 현수는 점점 더 복잡한 관계와 불신의 늪에 빠지며 자신이 시작한 작전이 어떤 결말로 향하는지조차 예측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3. ‘작전’이 아닌 ‘인생’을 판다 – 끝없는 탐욕의 끝에서
《작전》이 단순히 자극적이거나 범죄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작품성을 가지는 이유는 결국 이 영화가 사람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중반 이후부터 ‘이들이 왜 작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과거 서사를 하나씩 드러냅니다.
- 누구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 누구는 복수심에 불타서,
- 누구는 단지 성공하고 싶어서,
- 누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사람마다 다른 이유로 합법과 불법 사이의 회색지대를 넘나들며 ‘작전’에 인생을 걸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욕망은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독이 됩니다. 돈이 많아질수록 사람은 조심스러워지기보다 더 큰 판을 벌이려 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이용하고, 관계를 배신하게 되죠.
그리고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이 치열한 머니게임이 한 사람의 감정과 도덕, 인생 전체를 어떻게 흔들어놓는지 보여줍니다.
결국 《작전》은 ‘주식판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탐욕과 신뢰, 그리고 인간성의 붕괴’로 귀결되는 심리 드라마이자 사회 고발극입니다.
《작전》은 단순히 주가 조작이나 범죄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심리와 욕망, 그리고 인간관계의 진실을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입니다.
박용하는 주도면밀한 사기꾼으로서의 연기와 내면에 감춰진 갈등을 동시에 보여주며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했고, 박희순은 무게감 있는 카리스마로 작전의 중심을 강하게 장악했습니다.
빠른 전개, 적절한 경제 용어 해설, 리얼한 설정 덕분에 주식이나 금융에 관심 없는 관객도 몰입해서 볼 수 있으며, ‘탐욕이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는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작전》은 지금도 누군가의 클릭 한 번, 루머 하나에 출렁이는 주식 시장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며 이 세계가 단순히 숫자만의 게임이 아님을 강렬하게 각인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