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개봉한 영화 **‘26년’**은 강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광주에서 벌어진 비극 이후 26년이 지난 시점, 아직도 법적·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은 가해자를 처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은 단순히 스릴러적 긴장감을 제공하는 복수극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가 남긴 가장 큰 상처를 예술적으로 재조명하며 “과거의 진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집니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도 정치적 외압과 투자 철회 등 숱한 난관을 뚫고 세상에 나온 영화이기에, 그 자체로도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역사, 복수, 정의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26년’이 남긴 가치와 메시지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26년' 영화 리뷰, 역사: 광주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26년’의 가장 큰 힘은 역사적 사실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 있습니다.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 당시의 잔혹한 진압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는 않지만, 그 사건이 남긴 흔적과 상처가 인물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광주와 깊은 연관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가족을 잃은 피해자, 부모가 목숨을 잃은 경찰, 사건으로 인해 인생의 궤도가 송두리째 바뀐 이들이 등장합니다. 영화는 이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통해 광주의 기억이 단순히 특정 지역이나 세대의 문제가 아닌,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역사적 과제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망각은 또 다른 폭력이다”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관통합니다.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억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2차 상처를 주게 된다는 점을 일깨웁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여전히 26년 전 사건을 붙들고 있는 이유는 과거에 머무르기 위함이 아니라, 진실을 기억하고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26년’은 역사를 단순히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적 의미를 가진 살아있는 기억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관객은 영화를 통해 과거의 고통을 다시 마주하고, 그것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복수: 개인의 분노가 집단의 울림으로
이 영화의 서사는 철저히 ‘복수’라는 행위에서 출발합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가해자를 응징하려는 과정을 따라가며, 관객에게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소총을 든 경찰, 가라데 선수, 기업인, 그리고 유가족까지—이들은 각자의 삶에서 광주라는 사건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영화 속 복수는 단순히 분노를 표출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이들의 행동은 사회가 책임지지 못한 정의를 개인들이 대신 실현하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관객은 이들의 복수를 보면서 단순한 폭력의 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미완의 과제를 목격하는 듯한 불편한 울림을 경험합니다.
특히 ‘26년’은 복수가 가진 양가성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복수는 잠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더 큰 질문을 남깁니다. “이것이 정말 정의일까?”, “복수로 인해 우리는 치유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 말입니다. 결국 영화는 관객에게 단순한 응징 이상의 고민을 던지며, 복수라는 테마를 통해 집단적 트라우마의 무게를 조명합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오락적인 장르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충족합니다. 복수의 과정은 서사의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면서도, 그 안에는 사회적 책임, 역사적 정의라는 무거운 화두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의: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26년’의 궁극적인 질문은 바로 정의입니다. 왜 26년이 지나도록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았는가? 영화는 이 답답한 현실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작품 속 인물들이 복수를 계획하는 이유는 단순한 원한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국가와 제도가 외면한 정의를 스스로 실현하고자 하는 몸부림입니다. 관객은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정의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때로는 개인의 행동과 집단의 목소리가 정의의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영화는 “정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정의는 단죄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로 본다면 정의는 기억과 교육, 화해와 치유로 이어져야 합니다. 영화는 이처럼 다층적인 정의의 의미를 탐구하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으로서의 정의를 강조합니다.
관객은 영화를 본 후 단순히 과거 사건을 되새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우리 사회가 정의를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 점에서 ‘26년’은 역사 영화이자,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향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26년’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역사와 사회적 책임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문제작입니다. 광주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 복수를 통한 정의 구현의 시도,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 부재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까지. 이 영화는 관객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우리는 과거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남깁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관객은 단순한 분노나 카타르시스를 넘어, 기억과 행동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26년’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지닌 영화이며, 과거를 직시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꼭 한 번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